2025년 03월 18일

구찌로 간 뎀나 바질리아

3월 13일 오후, 구찌는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뎀나가 7월부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몇 시간 뒤, 모회사인 케링의 주가는 급락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럭셔리 시장의 침체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구찌의 기존 스타일과는 상반된 디자인을 선보일 뎀나의 합류에 흥미를 잃었다고 한다. 일부는 그의 과장된 스트리트웨어 중심의 디자인이 구찌의 오랜 전통인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과 맞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마디로, 뎀나는 너무 스트리트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창의적인 측면에서 뎀나는 케링에서 가장 검증된 테이스트 메이커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뎀나의 발렌시아가는 패션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재편성해왔다. 그의 의도적이고 도전적인 스타일, 가죽 쓰레기 봉지, 헤진 신발, XXXL 사이즈의 스니커즈, 더욱 와이드하고 더러워진 청바지는 기존의 럭셔리 패션과는 다른 색깔을 띠지만, 우리는 이미 그의 패션을 즐기며 소비하고 있다. 뎀나는 무엇이 효과적인지 잘 알고 있으며, 그의 상업적 성공이 이를 증명한다.

구찌는 현재 매출 활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케링의 최근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구찌의 매출은 24년 4분기 대비 24% 감소했다. 미켈레의 퇴임 이후 구찌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발렌시아가의 매출을 4억 달러에서 23억 달러까지 끌어올린 뎀나의 선임은 어느 면에서는 납득할 만하다.

케링의 CEO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는 성명을 통해 뎀나가 “구찌에 정확히 필요한 사람”이라고 간결하게 언급했다.

이전 미켈레의 구찌는 발렌시아가의 ‘디스토피아’와 대조적으로 ‘유토피아’적 세계를 제시했었다. 그의 시절, 구찌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가 퇴임한 이후, 구찌는 실질적으로 재정적인 디스토피아에 처해 있다. 아마도 뎀나의 상업적인 예리함이 구찌에겐 유토피아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일의 구찌는 사라지고, 새롭게 다가올 구찌를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이미 구찌의 다음 페이지는 시작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