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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_out 겨울 서핑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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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래클러즈 댓글 0건 조회 1,526회 작성일 20-05-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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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여름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름은 바다의 계절이고, 바다는 여름의 마스코트니까. 여름에는 산, 들, 강 모두 바다만 못하다. 작열하는 태양이 그렇고 눈부시게 부서지는 모래사장이 그렇다. 무엇보다 비키니가 있으니 다른 곳은 바다의 상대가 될 수 없다. 

겨울에 바다를 찾는 건 청승이고 낭비였다. 스키장이며 설산이며 겨울엔 겨울 나름대로 가야 할 곳이 많은데 황량한 바다라니.... 바닷가에서 찬바람이나 맞는 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새해 일출을 보겠다며 정동진으로 향하는 인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첫 해돋이든 뭐든 겨울과 바다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으니까. 
눈발이 날리고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기사문 해변'을 입력했다. 서울에서부터 세 시간을 내달렸다. 비키니를 입은 여자도 구릿빛으로 태닝 중인 젊음도 없다는 걸 알지만 바다로 향했다. 
그곳에 파도가 있다고 했다.  3미터가 넘는 파도를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힘차게 말리는 배럴(파도의 경사가 급할 때 파도 안쪽에 동굴 같은 공간이 생기는 것)도, 그속으로 서퍼가 들어가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고했다. 그래서 달렸다. 파도 하나만 생각했다. 
서핑에 맛들인 죄다. 언제부터인가 바다에 가면 비키니보다 파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몇 년 전 하와이에서 시작한 '서핑허세' 탓이기도 하고 지난겨울 발리에서 맛본 파도 때문이기도했다. 제주를 들락거리며 여름 파도를 즐긴 것도 한몫했는데 서울에 있다 보니 파도에 목이 말랐던 게다. 
'동해의 겨울 파도가 좋다'는 말이 머릿속 숙제처럼 남아있었다. 지긋지긋하게 추위를 싫어하는 탓에 '내가 그렇게까지 서핑을 좋아하나?' 자문하며 참았는데 결국 도전해보기로 했다. 
양양 기사문 해변에 다다랐을 때 차창 너머 바다에는 이미 열댓 개의 검은 점이 떠있었다. 서퍼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방한슈트를 입고 힘차게 파도를 잡고있었다. 한무리의 해녀들 같기도 했다. 추워 보이기는 커녕 후끈 달아 오른 모습이었다. 서퍼 덕에 겨울 바다도 생각만큼 처량하진 않았다. 오히려 설레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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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바뀌는 건 순간이다. 주차를 완료하고 차 문을 열자마자 온몸에 겨울 바다의 칼바람이 스며들었다. 사람이 간사하다고 느껴졌다. 이런 추위라면 바닷가 근처에 얼씬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겨울 바다라니….

두꺼운 서핑 슈트를 입으면 추위를 느낄 수 없다는 말을 믿기로 했다. 두께 4밀리미터짜리 슈트를 입었다. 숨 쉴 틈도 없이 온몸을 꽉 죄는 드라이 슈트다. 장갑과 신발까지 착용하니 정말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제법 따뜻한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 서핑 슈트에는 마력이 있었다. 몸에 딱 밀착되는 통에 온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얼른 바다로 뛰어들게 했다. 
민망한 마음에 보드를 들고 물로 내달렸다. 창피해서였는지 물속에 들어가니 오히려 편했다. 물은 슈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눈앞의 파도는 여름과 달랐다. 겨울 동해에는 높고 큰 파도가 있었다. 


라인업에서 넘실대는 파도를 지켜보니 신기하게도 머리가 고요해졌다. 
오로지 '좋은 파도' 생각뿐이었다. 

라인업에 서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나가는데 갑자기 정신이 혼미했다. 물이 얼굴에 닿자마자 눈, 코, 입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입술은 파래졌고 코, 귀, 광대는 촉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쓸어올리면 뻑뻑하게 얼어 머리가 다 뽑힐 것만 같았다. 코앞에서 넘실대는 파도만 아니었어도 그대로 돌아나을 것이다. 높은 파도가 눈 앞에 있으니 한 번은 파도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어차피 버린 몸'

라인업에서 넘실대는 파도를 지켜보니 신기하게도 머리가 고요해졌다. 오로지 '좋은 파도' 생각뿐이었다. 좌우의 사람들이 커다란 파도를 골라 하나둘 테이크오프했다. 나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세심히 고르고 열심히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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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서핑은 확실히 매력 있었다. 동해의 겨울은 '오프쇼어'라 부르는 육풍이 분다. 육풍은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바람을 뜻한다. 육풍이 불면 파도가 한쪽부터 부서져 내리는데 이때 파도에는 길이 생긴다. 그럼 길이 생기는 쪽으로 보드 머리를 돌려 라이딩 할 수 있다. 이를 '사이드 라이딩'이라고 한다. 서퍼들이 좋아하는 '이국적' 파도다. 게다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없어 사고의 위험도 적다. 바다를 온통 서퍼들이 독차지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라인업에 서서 눈덮인 해변을 바라보는 건 장관이다. 겨울 서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이다. 3미터 가넘는 파도를 만나 넘어지고 쓸리다보면 자연 앞의 겸손함도 느껴진다. 

함께하는 아웃도어 라이프 크래클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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